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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이론

억제이론과 합리적 선택이론

1. 고전주의 범죄학과 억제이론

 

18세기 이탈리아의 베카리아(Beccaria), 영국의 벤담(Bentham)의 저술에 근거하고 있다. 주로 법과 형벌의 개혁에 관심을 둔 공리주의 사회철학자이다. 고전주의 범죄학자들은 사법과 법체계를 좀 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개혁하기 위한 철학적 근거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법 개혁, 예컨대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의 일소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명문화 등은 미국 수정헌법에 구현되었다. 프랑스혁명은 이후 1791년 프랑스 신형법에 구현되었다.

 

1) 억제 : 처벌의 확실성, 신속성

 

(1) 처벌의 엄격성과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

고전주의 범죄학의 기본 전제는 모든 개인이 자유의지의 합리적 행사를 통하여 결정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행위로부터 얻어지는 잠재적 쾌락과 고통을 합리적으로 계산하여 법을 준수하거나 위반한다. 체포될 가능성과 법적 처벌을 고려한다. 범죄로부터 얻어지는 이득보다 법적 처벌로부터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자의적이고 불명확한 법체계 하에서는 이러한 합리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범죄를 통제하는 데에도 비효율적이다. 그러므로 합리적 형벌을 마련해야 한다. 형법의 주된 목적은 범죄를 억제하는 것이다. 형법은 국가나 피해자에 가해진 해악에 대한 범죄를 억제하는 것이다. 형법은 국가나 피해자에 가해진 해악에 대한 보복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입법자들은 무엇이 불법인가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범죄로부터 얻어진 이익을 상쇄할 수 있는 처벌을 정하고, 이를 통해 범죄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형벌은 범죄에 상응해야 한다. 벤담과 베카리아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은 사회에 야기된 해악을 약간 상회하는 처벌을 의미한다. 너무 심한 처벌은 정의롭지 못하고 충분하지 못한 처벌은 범죄를 억제할 수 없다.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은 개인에 따른 처벌과 대조된다. 법률은 특정범죄에 요구되는 형벌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고 형벌은 범법자의 특성이나 환경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2) 처벌의 확실성과 신속성

범죄는 처벌이 신속하고 확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속성은 형사제재가 범행 후에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는가를 의미한다. 범행 후에 즉각적으로 처벌이 가해질수록 처벌은 정당하고 유용할 것이다. 범행과 처벌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짧을수록 범죄와 처벌이라는 두 관념의 결합은 더 긴밀하고 지속적인 것이 될 것이다. 처벌의 확실성은 범죄자의 체포와 처벌의 가능성을 말한다. 처벌의 확실성은 엄격성보다 범죄를 억제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3) 특별 억제와 일반 억제

억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한다. 첫째, 만일 범법자가 확실하게 잡히고 엄격하게 처벌된다면 그들은 재범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개별 억제 또는 특별 억제로 알려져 있다. 둘째, 일반 억제이다. 이것은 범법자에 대한 국가의 처벌이 본보기로서 국가 형벌의 두려움을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인에게 심어주어 범죄를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2. 현대 억제 이론

 

1) 억제에 관한 연구

 

억제 이론은 현대 서구의 형법과 형사사법체계의 철학적 기반으로 남아 있다. 

 

(1) 억제 효과에 대한 객관적 측정

형사제재의 객관적 확실성과 엄격성이 높을수록 공식적 범죄 발생률은 낮아야 한다(Gibbs, 1968; Tittle, 1969: 1980; Chiricos and Waldo, 1971; Ross, 1982; Pratte et al., 2006).

 

(2) 억제 효과에 대한 인지적 측정

시민들이 공식적 제재를 알지 못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믿는다면 처벌의 객관적 위협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연구자들은 억제에 대한 인지적 차원을 고려하여 개인이 인식한 처벌의 위험과 엄격성에 대한 주관적 측정방법을 채택하였다. 1970년대 이래의 억제 효과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이러한 인지적 측정방법을 사용하였다. 

 

2)  형사제재는 억제 효과가 있는가

 

다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도 지지되는데, 억제 이론에 대한 거시 수준의 검증에서 구체화된 다수의 변수들(예를 들면 증가된 경찰 규모/1인당 경찰 수, 체포율, 종결률)은 사실상 모든 수준의 변수들 중에서 범죄율에 대한 가장 약한 예측인자이다(Pratt et al., 2006: 368). 대체로 인지된 법적 처벌의 엄격성은 억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 억제와 경험 효과

 

패터노스터, 살츠만, 왈도와 처리코스(Paternoster, Saltzman, Waldo, and Chiricos, 1983)는 이전의 범행이 체포의 확실성에 대한 현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 효과가 체포의 확실성에 대한 현재의 인식이 이후의 범행에 영향을 미치는 억제효과보다 강하다는 연구결과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밝혀낸 경험효과가 실제로는 특별억제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과거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처벌을 받지 않았다면 인지된 확실성은 낮을 것이다. 

 

4) 억제개념의 변형과 확장

 

패터노스터의 연구는 억제개념을 형벌 이외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 사회유대이론(도덕적 신념, 부모와 또래에 대한 애착)과 사회학습이론(가족과 친구로부터 오는 비공식적 제재에 대한 인지된 위험과 범법자와의 교제)의 주요 변수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전 연구에 이어서 억제개념을 엄격한 법적, 공식적 제재를 넘어선 비공식적 억제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하였다. 비공식적 억제는 범죄와 비행을 예방하는 실제적 또는 예상되는 사회적 제재와 범죄, 비행의 다른 부정적 결과를 의미한다. 

 

 

3. 합리적 선택이론

 

1) 억제와 기대효용

 

억제개념의 확대는 1980년대에 범죄학 분야에 합리적 선택 이론이 도입된 것과 관련이 있다. 합리적 선택이론은 경제학의 기대효용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 이론은 특정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의사결정과 범죄경력자로의 발전이나 중단 등의 모든 범죄현상에 대한 일반적 설명이다. 

 

2) 합리적 선택이론에 관한 경험적 연구

 

범법자들은 범죄의 노력과 비용보다 보상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경우에 범죄를 저지르는가? 그 해답은 이론이 가정하는 합리성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으로 결정된 비용과는 이득을 신중하게 계산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가? 라고 봤을 때 이익을 과대평가하고 대가나 손해는 덜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범죄의 기대이득이 기대비용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측면에서 합리적 선택이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완전한 합리적 계산모형과 부합하지 않는다. 위험에 대한 평가와 행동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이기조차 하다. 범법자들은 그들의 범죄가 초래할 법적 제재에 관하여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부정적 결과보다는 긍정적 결과를 주로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은 거의 고려되지 않거나 다소 고려되는 경우에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화이트칼라 범죄자는 범죄를 완전하게 합리적으로 계산하여 행한다는 설명의 경험적 타당성은 중요하지 않다. 정보의 부족, 도덕적 가치, 범행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들로 인한 선택의 한계와 제한을 고려하는 부분적 합리성 모형을 발전시켰다. 완전한 합리성이 아니라 상당히 낮은 수준의 합리성에 기초하고 있다(De Haan and Vosm 2003; Matsueda, 2006 참조). 이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합리적 선택이론을 전통적 범죄학과 대비시킨다. 그러나 대부분의 범죄학 이론들은 합리적 선택이론과 비슷한 정도의 합리성을 가정하고 있다. 

 

 

4. 억제와 형사사법정책

 

범법자의 수사, 체포, 유죄판결 및 처벌은 모두 법적 처벌을 통해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는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범죄행위에 대한 신속하고 확실하고 엄격한 제재는 특별 및 일반 억제를 통하여 사회의 범죄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도입된 지난 25~30년 동안 실질적으로 감소하지 않았다. 1990년대 초부터 공식적 범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교도소 수용자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5. 위협에 의한 바른 삶, 충격구금 및 신병캠프

 

1978년 다큐멘터리 영화인 <위협에 의한 바른 삶>에서 소년비행을 억제하고 성인이 되어 범죄경력을 계속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단순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청소년 각성 프로그램에 대한 메타분석은 그것들이 독립적 범죄 예방전략만큼 효과적이지 않음을 확인해 준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비처우 통제집단과 비교해서 실험집단의 범죄성 증가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6. 일상활동이론

 

1) 펠슨과 코헨 : 범법자, 대상물, 그리고 감시자

 

대인범죄나 재판범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약탈자, 피해자나 범행대상물이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 있어야 한다. 코헨과 펠슨에 의해서는 파악된 3가지 주요 범주는 ① 동기화된 범법자, ② 범행에 적합한 대상물, ③ 사람이나 재산에 대한 감시 가능성이다. 세 가지 요소가 한 시간과 공간에 모아졌을  때 범죄피해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법적 활동의 공간적 시간적 구조는 공동체 또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의 장소, 유형, 크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Cohen and Felson, 1979).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빈번하게 행해지는 직무, 기본적 음식물, 쉼터의 제공, 성적 욕구의 표출, 여가, 사회적 교제, 배움, 양육활동 등 이라고 규정된다(Cohen and Felson, 1979).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직업, 교육, 여가에서의 일상활동의 변화로 사람들이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있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증가하고 자신들의 재산을 지킬 능력은 감소했다고 가정하였다. 

 

2) 일상활동 이론의 경험적 타당성

 

일상활동 이론은 이들 3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가 변화해도 범죄율에 영향을 미치지만, 3가지 요소 모두가 작용할 경우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코헨, 클뤼겔과 랜드는 이 이론을 정형화된 형태의 기회이론으로 다시 이름 붙이고, 범죄피해 위험을 증가시키는 변수로서 노출, 근접성, 감시, 대상의 유인성 등을 들고 있다. 이 이론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피해자를 범죄자와 같이 보호하거나 감시하지 않고 범죄자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 

 

3) 일상적 범죄예방 및 예방조치

 

마커스 펠슨(Felson, 1998; 2002; Felson and Clarke, 1995)은 일상 활동이론의 정책함의를 문 잠그기, 경보기 설치, 안전한 지역에 살기, 위험한 장소 피하기, 귀중품의 경비 및 간수 등과 같은 범죄에 대항하기 위하여 오래전부터 취해온 개인과 조직의 일상적 예방조치에 기초하여 확립하는 것으로 보고있다(Felson and Clarke, 1995:179~180). 이들은 ① 청소년에게 야간통행금지를 도입하고 술집과 주류판매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률 등의 공식적 사회통제, ② 서로를 감시하고 서로에게 예방조치를 일깨우는 가족과 친구를 통한 비공식적 감독, ③ 공공장소에 범죄경고문을 게시하여 귀중품을 간수할 것을 주의시키고, 안전한 장소와 거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표지판과 권고문, ④ 열쇠를 차에 남겨 놓으면 작동하는 경적음과 자동으로 닫히는 문 등의  제품설계와 쉽게 기억되는 주민번호의 제공, ⑤ 공중 가로등의 설치, 나무울타리의 정돈, 가시성을 해치지 않는 담의 설치를 통한 자연적 감시의 증가(Felson and Clarke, 1995). 

펠슨(2002)은 범죄를 퇴치하는 설계에 대하여 사람들의 이동양식, 건물의 설계와 위치, 그리고 일상생활의 다른 특징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데 무엇이 좋은 조건이고 나쁜 조건인가에 대한 특징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데 무엇이 좋은 조건이고 나쁜 조건인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잠재적 범법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범죄에 대한 예방조치로 취해진 활동에는 전통적으로 범죄학에서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으로 알려진 것이 있다. 가로등이 있는 곳이나 사각지대가 아닌곳에는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힘들다는 것으로 환경을 고려하며 범죄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자가 대체할 곳을 찾게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7. 요약

 

억제이론은 형벌이 확실하고 엄격하고 신속하다면, 범죄는 억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험적 연구에서 엄격성은 범죄에 대한 억제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활동 이론의 주요명제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존재하고 취약한 대상이나 피해자가 있고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감시가 부재할 경우에는 범죄피해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출처 : <범죄학 이론> 로널드 L. 에이커스, 크리스틴 S. 셀러스 외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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